| 청년의사 창간 16주년 특별기획 | 환자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⑤ |
| 본지가 창간 16주년을 기념하여 마련한 특별기획 “한국의료 새 패러다임의 키워드 - 환자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가, 총론 발제(제425호)와 세 차례의 좌담회(제428호, 제429호, 제434호)에 이어 네 번째 좌담회를 마련했다. 마지막 좌담회의 주제는 ‘의료분쟁 및 환자 선택권의 한계’였으며, 사회자와 5명의 토론자들이 3시간 동안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편집자 주> |
일시 : 2008년 12월 9일 장소 : 연세의료원 종합관 회의실
참석자(가나다 순) 김 호 The Lab h 대표 박형욱 의성법률사무소 변호사 손명세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이왕준 청년의사 발행인(사회자)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현두륜 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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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왕준 청년의사 발행인 | |
| | | 이왕준_ 창간 16주년을 맞아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큰 주제 아래 연쇄 좌담회를 가졌다. 첫 번째는 환자의 치료방법 및 의료인/의료기관 선택권에 관한 문제를 다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좌담회에서는 당연지정제, 민간의료보험, 특진제 등 제도적 부분과 연명치료 중단 등 윤리적 부분들을 다루었다. 오늘은 마지막 네 번째 순서로, 의료분쟁 및 환자 선택권의 한계를 주제로 잡았다. 우선 환자의 관점에서 의료분쟁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 보고, 환자의 선택권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그리고 대체의학 관련 논쟁은 환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등을 논의해 보자.
손명세_ 예측 가능성, 투명성, 공정성을 높여 신속하게 (의료분쟁이) 해결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높여줘야 한다. 제도적 장치가 새로 마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공적, 재정적 부담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기구를 통해 (분쟁해결 과정에서 축적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담을 전적으로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부담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실제적으로 수혜자 분담 원칙에서 누군가 부담하게끔 할 것인가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내가 분쟁에 휘말렸을 때 (그것이 과실 때문이라면) 반드시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절차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분쟁조정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재판까지 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왕준_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결국 재원조달이 문제다. 세금으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손명세_ 뉴질랜드의 경우 국고에서 모두 부담해서 진행하고, 미국은 전체 국민 중 16% 정도 비보험자가 있긴 하지만 보험에 들어 있는 사람은 의료서비스 이용할 때 조금씩 더 내게 돼 있다. 자기도 의료사고를 당할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작은 부분씩 위험부담금을 내는 것이다. 그것을 기금처럼 관리할 수도 있고, 공급자들에게 그 부분에 대한 위험관리를 하라고 할 수도 있다. 사고를 적게 내면 그것까지도 의료기관 몫이 되고 사고를 크게 내면 그 이상으로 배상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려면 각 의료행위들마다 위험한 부분을 계산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은 실제로 그런 작업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위절제술의 행위료가 1,000만원이라고 하면 그중에서 200~300만원 정도는 위험부담률로 매겨지는 돈이다. 위험한 수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니까 200~300만원은 공급자가 가져가는 돈이며, 대신 그것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보험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에 의해 (보상 등이) 빨리 진행되게 하는 것이다.
현두륜_ 의료분쟁이 분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이다. 의사의 과실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의사가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거나 의사나 의료보조 인력의 사소한 불친절, 오해, 진료비에 대한 분쟁 등과 관련하여 환자들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의료 절차에 있어서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면 의료분쟁도 감소될 것이다. 환자의 선택권은 의료과정 전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 의사에게 진료 받을 수 있는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가 등의 문제다. 이 두 문제는 대체의학이나 심지어 무면허 의료인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가와도 연결된다. 또는 진료 방법에 있어서의 선택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진료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가 있고 그렇지 않은 비급여 시술이 있는데, 과연 환자가 새로운 의료기술을 선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어떤 방법을 의사로부터 권유받았을 때 이 진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돼 있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 환자는 어떤 절차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선택의 문제다.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환자 선택권을 어디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박형욱_ 현실에서 큰 사건은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통해 해결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사건들,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것을 적절하게 해결하는 제도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차단돼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의사나 의료기관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이 생겼을 때 적절히 해결해 주지 못함으로 인해 의료기관에 대한 시민이나 환자의 감정이 악화된다. 분쟁의 유형, 정도, 크기에 따라 다양한 해결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왕준_ 다양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은 규범적인 것을 말하는가 아니면 절차적인 것을 말하는가?
손명세_ 규범과 절차를 같이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의 분쟁해결 과정은 꽁꽁 싸여 있다. 그것을 알고 파헤치려고 하면 지치거나 귀찮아서 못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된다는 등 대충 다 알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규범화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상담을 통해 이미 쌓여진 사례에 따라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하라고 안내하거나 실제로 그 안에서 조정까지 해줘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 준다면 소비자로서는 다른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왕준_ 어떤 의료분쟁은 나름대로 의료기관 안에서 어떤 절차나 과정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의료기관 밖으로 나와서 소비자보호원, 법원 등을 거치는 과정도 있다. 그런데 분쟁 해결의 방법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절차적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신속성이 담보되지 못해 더욱 어렵다. 미국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나쁜 결과에 대한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분쟁 전 단계에서 합의 내지 이해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시스템에 대해 논의해 보자.
 | | 김호 The Lab h 대표 | 김호_ 의료분쟁에서 환자 선택권을 넓히는 데는 두 가지가 담보돼야 한다. 첫 번째는 투명성 확보로 이것은 다시 세 가지와 연계된다.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환자의 소외감을 해소해야 하고, 의료기관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투명성 확보가 비용의 감소로 이어져야 한다.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미국에서 확산되는 것이 디스클로저 프로그램(disclosure program, 나쁜 결과에 대해 진실 말하기)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단계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담당의사가 환자에게 찾아가 유감 표시만 하는 것이다. 아직 자신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말하고, 병원은 협상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필요한 숙소 등을 제공하면서 사건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환자 측에서 원한다면 환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나 의사가 같이 의료사고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신속하게 사고 조사를 해서 만약 의사 측 과실이 있다고 하면 병원 측 과실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고 그 자리에서 법정에 가기 전에 병원 측에서 현재의 기준에 의해 보상액을 제시할 수 있으니 여기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만약 두 번째 단계에서 병원 측 과실이 나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했기에 병원 과실이 아니라고 알리고 일체 보상이 없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했을 때 투명성과 비용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것인데, 미국 내 여러 기관에서 1년 동안 해봤더니 매년 발생하는 의료분쟁, 즉 환자 측에서 병원을 고소하는 사건이 연간 200여건에서 100여건으로 줄었다. 건당 소송비용도 줄었으며 기간도 평균 20.9개월에서 10개월 미만으로 줄었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력들 중 절반 이상은 이런 프로그램이 자신이 병원에서 종사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꼽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30개 주는 의료사고와 관련해서 의사가 환자에게 사과했을 때 의사의 사과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들여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도 의사의 사과가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는다는 제도적 뒷받침이다. 디스클로저 프로그램이 어떻게 한국화될 수 있는지 연구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애_ 의료현장에서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면, 나쁜 결과가 나왔을 때 현재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지 나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또 분쟁이나 사고가 생겼을 경우 소비자의 권리 중 피해를 구제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병원이나 의료계에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내 병원 기록을 병원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구제 받을 권리를 원활히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병원이나 의사 측에서 인정하고 접근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 있어서 구제 받을 권리가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절차나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 현실은 소송이나 그 외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여건이 되는 사람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분쟁이 생기면 병원이나 의사도 정말 고충이 심한 것은 알고 있다. 문제는 의료분쟁을 환자 개인과 의사나 병원이 각각 일대일로 해결하라고 방임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피해를 받은 환자의 입장에서, 이것이 피해냐 아니냐를 구명하는 과정조차도 어떤 절차나 법이 필요하다. 그 속에서 환자의 피해를 구제 받을 권리도 보장되고 의사나 병원 입장에서도 그런 절차나 제도 속에서 충실하게 의료에 임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런 제도나 절차를 통해 원활하게 해결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되는 방식으로 분쟁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이왕준_ 일단 환자의 선택권 관점에서 환자가 분쟁을 해결할 절차적 선택권이 없으며, 다양성 내지 합리성이 없어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예측성, 투명성, 공정성, 신속성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게 다섯 분의 공통적 의견인 것 같다.
 | | 현두륜 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 | 현두륜_ 그 부분에 있어 생각을 달리한다. 지금 우리나라 제도상으로 의료분쟁에 대한 해결 방법은 많이 있다. 일단 사적인 합의를 할 수 있고, 의료법이나 소비자 기본법에 의한 조정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중재위원회가 없더라도 중재법에 중재인을 설정해 중재할 수 있다. 그리고 안 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손해배상을 해도 의사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하면 형사 고발까지 할 수 있다. 소비자 선택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충분한 권리가 보장돼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에 대해 연구해 볼 필요는 있겠지만, 과연 새로운 제도가 꼭 필요한지 여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다만 분쟁 조정에 있어서 이것을 인위적으로 할 것인가, 필수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소송하는 데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이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를 보완하면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수적 조정 절차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송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시간이 많이 들고 부과되는 비용 많다는 것인데, 이것은 의료소송이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소송하면 1심에서 2~3년 걸리는데 그것은 대부분 사실관계 확정하고 의사 과실 여부 판단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의료소송의 본질적 특징이다. 다만 제도적으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기록 감정이나 사실 조회에 있어서 회신이 빨리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 3차 의료기관 교수들에게 관련 업무를 촉탁하는데, 그분들이 워낙 바쁘기 때문이다. 또 그 인력 풀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기와 관련된 사람의 사건인 경우 제대로 하기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하다 보면 2~3년이 금방 지나버린다. 국가가 공인하는 감정기관을 도입함으로서 시간과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최근 소송 실무에서는 전문심의위원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문위원들이 모두 의사들만 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측에서는 나중에 판사가 의사 이야기만 듣고 판결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공정성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 측에서도 전문심의위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원에서 오랫동안 의료분쟁 심의한 사람이 전문심의위원으로 가면 소비자 측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절차가 보완된다면 소송 제도만큼 완벽하게 분쟁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조경애_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전문심의위원회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은 법적인 틀을 마련해 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존에 나왔던 입법 내용에 의하면 위원회 구성이 이미 다 돼 있다. 다른 법을 만들이 않고도 가능한 것인가.
현두륜_ 새로운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손명세_ 최종 목표는 분쟁을 줄이고 의료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분쟁 사례가 있으면 소비자보호원에서 대충 정리할 뿐 연구해서 남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별로 없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필요한 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지식이 우리 사회에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이런 정보를 생산해 놓으면 그 정보에 가장 접근하기 쉽고 그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집단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전문성의 훼손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의료비가 63조 정도 되고 보험에서 30조 가량 쓰고 있는데, 그 중에서 분쟁해결비로 각 병원들이 사용하는 것이 대략 1% 정도인 6,300억원은 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 비용을 모두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의료비를 내서 그 의료비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인데 굉장히 왜곡된 형태로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 각각의 배분 구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으는 방식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판단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가증인’ 제도가 없다. 우리는 단지 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잘 안되니까 전문심의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에 인정되는 제도라기보다는 그 틀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라고 봐야 한다. 결국 쉽게 접근해서 이 시스템을 굴리면서 의사들이 주의해 최소한 환자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을 직업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 비용에서 사용해야 한다. 의료소송의 본질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데이터베이스 축적이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런 데이터를 누군가는 계속 모아야 하는데, 공공성을 띤 곳에서 모아서 활용한다면 환자들이 자잘한 것 때문에 생활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돌아갈 때 변호사들이 도움 줄 수 있어야 한다. 분쟁해결 비용의 일부를 법조 삼륜이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줘야 한다. 조정제도가 변호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변호사가 도와줌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가는 게 원칙이다.
이왕준_ 현장에서 느끼는 것으로는 실제 분쟁의 80~90%는 당사자 합의로 이뤄지고 있고 이는 분쟁 발생 일주일 내 해결된다. 일정한 상식적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인 것을 넘어서는 사회적 상식과 통념상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두륜 변호사의 반론 전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반론의 한 측면에는 동의한다. 제도를 새로 만들어서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을 오히려 의료계가 더 두려워한다. 긁어 부스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해 소송으로 가서 오랫동안 비효율적인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빙산의 일각인데, 이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비합리적이지만 당사자 해결 주의에 의해 해결된 것조차도 완전히 이상한 판으로 끌어와 대다수의 환자와 공급자를 불필요한 절차 구조로 휩싸이게 하면 사회적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될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절차적 문제, 제도의 문제로 환치하려는 대목은 현장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결국은 환자의 선택권이나 문제 해결의 용이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 박형욱 의성법률사무소 변호사 | 박형욱_ 지금 제도로 충분하고 제도적으로 보완될 수 있다면 공적 감정기관이 중요하다고 하는 현두륜 변호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공적 감정기관이 핵심이다. 사실은 의료분쟁중재위원회 등 복잡한 제도를 만들건 안만들건 간에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관을 만들어서 신속하게 감정을 해낼 수 있다면 상당히 많은 분쟁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문심의위원이 유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손 교수가 데이터베이스를 말씀하셨는데, 공적 감정기관에서 그런 일들을 많이 하시는 분이 데이터베이스를 모아서 해결할 수 있다면 균형적인 감정을 내릴 수 있고 그것이 진료지침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래서 급격하게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공적 감정기관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기존의 소보원에서 하는 일과 연결이 돼 연구진과 연결, 진료지침까지 상호 연결될 수 있다면 많은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경애_ 물론 그런 보완책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공적 감정기관과 같은 기구의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려면 새로운 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특별한 노동관계법들이 있는 것은 노동 관련 분쟁이 빨리 원활하게 해결돼야 사회가 움직이기 때문 아닌가. 마찬가지로 의료분쟁의 특성을 반영하여 빨리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환자들도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의사들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법을 만드는 게 환자에게 유리하고, 의료계에도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준_ 노동관계법과 의료분쟁법은 다르다. 노동쟁의는 집단과 집단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규범화해서 갈등 해소 절차를 만들어 놓으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권 중재 있기 전까지 노사 양측이 합의를 안 한다. 그런 우려가 똑같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의료분쟁의 경우 인과관계가 분명히 있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 내지는 과실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의학적 지식이 있지만, 노동관계는 100% 상대적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하면 법으로 강제화하면 좋은 결과일지 나쁜 결과일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소비자단체는 좋을 것이라고 하는데, 돌고 돌아서 결국 지금 상태보다 더 나빠져 소비자 권리가 더 악화될 수 있는 많은 부분에 대해 답을 못하고 있다.
손명세_ 이번에 정부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의료행위가 과학적 근거에 의한 행위인지를 따지고 의료행위 이외에 어떤 질병을 치료할 때 어떤 식의 진료 실행지침을 가져야 하는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분쟁해결에 도움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만들어질 텐데, 근본적인 부분에서 환자에게 실제적으로 도움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공적 감정기구 등이다. 거기에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한 것을 공유할 수 있으면 양쪽이 모두 편하다.
이왕준_ 공적 감정기구 같은 경우는 아주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공적 감정기구 등이 분쟁관련 법적 청원 등에서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면 이런 부분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슈화 될 수 있나. 분쟁조정법의 한 항목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
박형욱_ 분쟁조정법이 전문성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 기구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절차만 만든다면 오히려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이 분쟁조정의 핵심 내용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논의가 너무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경애_ 공적 감정기관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실제로 소송에서 의사 증인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 의료소송과 관련해서 신뢰할 수 있는 공적인 감정기관이 있으면 굉장히 원활해질 것이다.
손명세_ 하지만 공적 감정기관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전문가가 제대로 해야 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이왕준_ 분쟁 선택 방법에 대한 것 중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다뤄졌다. 나쁜 결과에 대한 진실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곧바로 환자 선택권 제한과 제도권이 아닌 나머지 영역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박형욱_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쁜 결과 자체가 과실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을 혼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실 의료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나쁜 결과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 자체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나쁜 결과 이전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회복가능성을 너무 강조하면 소송에 들어갔을 때 회복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망 가능성이 1%라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사망가능성을 강조해서 고지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소송에서의 관점 때문에 회복 가능성을 강조할 수도 없고, 나쁜 결과와 과실을 무조건 동일시하는 현실에서 유감 표명이 ‘내가 죄가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혼동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현두륜_ 실무에서는 절대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사회 현실이 그렇다. 유감을 표명하면 유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사가 잘못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린다. 그런 말을 유도하기 위해 유도성 질문을 하고 녹취를 한다.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으니까 병원에 와서 점거하고 농성한다. 그래서 실무진은 절대 환자를 직접 만나지 말고 만나더라도 잘못됐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 |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 조경애_ 환자들이 자기 생명과 목숨을 의료기관에 맡기면서도 신뢰감이 있지는 않다. 그것이 현실이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환자 가족은 나쁜 결과에 대해 겁이 나고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고 혼돈이 오는데, 병원 측에서 환자의 당혹감을 같이 공감해주면 갈등으로 갈 감정이 아니라, 인정하고 감당하려는 마음도 생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병원 측의 적절한 초기 반응과 환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응대해주는 것이 악화로 가는 것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호_ 미국의 디스클로저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르자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관련된 데이터나 정보가 공개돼야 하고, 사고가 났을 때 환자가 자기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할 창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옴부즈맨 형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막혀 버리니까 의료사고와 관련해 병원은 불투명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이왕준_ 끝으로 환자의 선택권 제한과 관련해서도 논의해 보자. 과연 환자의 선택권 확대가 만병통치약인가. 사회적 비용 구조에서 제한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는 주장이 가능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말해 보자.
박형욱_ 법이나 판례상으로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 실제로 무면허 의료인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현대의학에서 할 방법이 없다고 했을 때 마지막 방법을 찾아간다. 어떤 제한된 요건 하에서 인정해줄 수 있는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한다. 완전히 환자의 선택에 맡기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일정한 요건 하에 공인된 현대의학 밖의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이다.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규율하기보다 약간 통로를 열어 놓고 절차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대안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 손명세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 손명세_ 환자 선택권 보장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근거가 있는 것 중에서 선택권을 보장할 것인지 근거가 없는 것까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의학 등은 현대의학처럼 무작위 할당실험을 통해 근거를 찾아내기 어렵다. 때문에 보완대체의학에 있어서 근거를 입증하는 수준을 일반 의학에서 요구되는 수준보다 낮춰줌으로써, 일정 부분 환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근거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공적 기금이나 보험에 의해 지원해 주면서 선택권을 주는 것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외 (근거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역선택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선택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박형욱_ 근거가 중요하고, 그것이 전제되지 않았을 때 환자가 해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 근본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있었다. 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카드에다가 수혈하지 않겠다고 써 놨다. 그런데 의사가 과학적 근거에 의해 수혈을 했고, 가족들이 항의를 했다. 의사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 수혈을 했지만 소송이 걸리고 배상금을 물어줬다. 미국 사회의 특징이다. 과학적 근거는 차후 문제이며, 좋든 안 좋든 간에 내 몸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그렇지 않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도로 생각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국가후견주의적인 입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오히려 제한해서라도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여러 맥락에서 보인다. 사회마다 다르긴 한데,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도대체 근거와 관련해 한계가 돼야 하는 문제인가이고,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거라는 개념으로 환자의 권리를 제한한다고 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섬세하게 조율하면 좋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현두륜_ 진료 방법에 있어서의 소비자 선택권 문제인 것 같다. 넓게 보면 기존의 과학적 의학 외에 대체의학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느냐, 기존 과학적 의학 내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에 대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느냐, 신의료기술도 아니고 현재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의료기술이지만 보험 급여 기준에 의해 제한을 당하고 있는 경우에 과연 환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느냐 등 세 가지 상황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세 번째 부분에 대해 언급하자면 대체의학도 아니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기술도 아니며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현재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물론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의사가 환자를 설득, 진료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진료비용을 의사들이 받을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제도상으로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위반되는 진료행위가 필요한 경우에 환자들이 아무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그에 대한 비용을 자기가 부담한다고 하더라고 그 진료비 청구는 부당 청구에 해당돼서 공단이 진료비를 병원에서 환수해서 강제적으로 환자들에게 반환하고 있다. 환자들이 반환받지 않겠다고 해도 강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결국은 실무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의학적인 정당성이 있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서 실시하는 진료행위조차도 보험 급여 기준에 위반된다는 이유만으로 진료비를 환자에게 반환하고 있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급여 진료를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무제한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비급여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환자의 동의 절차를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 비용을 보험에서 받을 수 있게 하는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애_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임의비급여 문제와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은 국가가 검증해줘야 한다. 지금은 검증 안 된 부분에 대해 병원에서 임상적으로 효과 있다고 하며 쓰는 것인데,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데 쓰는 것이다. 그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검증해서 쓸 수 있도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검증이 안 된 행위를) 임의비급여로라도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말기 암환자 등 치료 방법 없는 환자가 무면허 의료인을 찾아가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 면에 있어서 대체의학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 단계적으로 제도권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년에 의료법에 유사의료행위를 합법화시키는 조항을 넣었다가 안 되기도 했는데,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 의해 이뤄진 여러 가지 시술을 너무 제약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좀 더 개방적으로 연구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환자가 이용하고 있는 것들은 양성화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왕준_ 의사들이 특별히 유사의료업자에 비해 윤리의식이 강하고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한 제약을 풀면 더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는 서양의료가 가장 싸고 나머지가 더 비싼 구조다. 검증된 것들도 공적 재원으로 다 보장하지 못하면서 효과 자체도 불명확하고 사회적 비용 대비 효용도 검증 안 된 다른 것들을 보장한다는 건 난센스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환자 선택권의 한계라는 게 결국 개인으로서의 환자선택권과 사회적 의미로서의 집단적 환자선택권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게 공공선에는 오히려 반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 선택권 확대가 절대 선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과정의 종착점은 소비자의 모럴 헤저드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점으로 귀결될 것이다. 책임성과 의무라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사회적, 재정적으로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것 없이 소비자 권리가 절대 선으로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논의로 성숙돼야 한다.
조경애_ 우리나라에서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너무 많이 주어져 있는 것이 문제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을 환자의 의료쇼핑이니 하면서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 못한다. 왜냐하면 공급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진 상태에서 환자는 돈만 있으면 감기로도 대학병원에 갈 수 있는 구조다. 이렇게 많은 선택권이 주어진 나라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해 1년 내내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를 해왔다. 환자의 건강과 질병을 일차적으로 봐주고 큰 병원에 의뢰해주는 것이 주치의의 역할인데, 이렇게 되면 환자는 아무 병원이나 모든 과를 갈 수 있는 선택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다. 양면이 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환자가 선택권을 마음대로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의 선택권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면서도 의료인과 환자가 신뢰 관계를 회복,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환자의 선택권을 제약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현두륜_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있어서 의료소비자의 선택은 상당히 보장돼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법이나 판례에 의한 제도적 뒷받침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사와 환자 간 일대일 관계에서 자율성이 보장돼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진료에 있어서는 제3자인 공단이 개입돼 있고 대부분 급여기준은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 간 자율적인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공급자가 강자이고 조직력이 없기에 공단의 힘을 빌릴 수 있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환자와 의사의 일대 일 대등한 관계가 공권력 개입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나중에 소비자의 권리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험진료에 있어서도 소비자의 기본권뿐만 아니라 책무도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호_ 적어도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로는 의료 소비자의 권리는 보장돼 있지 않다. 정부나 의료계나 실제로 잘 하는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 텐데, 잘 하는 부분에 대해서 국민이 민첩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박형욱_ 대체의학과 관련해서는 과학적인 타당성을 떠나 개인의 선택권을 약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임의비급여도 너무 과도하게 막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보험 재원이 한정돼 있어서 비급여는 보험제도 이면으로 필히 남을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다. 금기할 것인가, 당사자의 동의를 통해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금지하기는 어렵기에 당사자의 동의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규제는 상당히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의무가 나눠져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가족이 집에 데려가서 치료를 못 받게 하면 법적으로 살인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의료기관에 왔을 때 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나 가족이 치료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진료를 하면 과잉진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독자적인 전문성에서 나오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보장된다는 기반 하에, 그런 판단에 근거해서 환자 가족들은 의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으니까 집에 모셔서 존엄하고 편안하게 임종하게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환자의 선택권이 너무 많이 보장된 측면이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일부는 제한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3차 의료기관 중환자실은 한정돼 있는데, 진료를 안 받아도 되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의사가 나가라고 할 수가 없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것이므로, 의사가 개인적으로 나서는 대신 사회적 기전을 통해 일정한 선택의 제한을 둠으로써 한정된 재원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그런 요구나 제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경애_ 이번에 경증환자가 대학병원 외래를 찾을 경우 본인부담금을 50%에서 60%로 상향조정했다. 경증 환자가 큰 병원 오는 것에 대해 환자에게만 페널티를 주는 제도다. 공급자인 병원에 주는 페널티는 없다. 환자에게만 이렇게 하는 것은 천박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임의비급여 문제는 이슈화된 이후 의료계 입장을 많이 수용해서 지금은 의사의 소명만 있으면 위원회 등 절차상 단계를 거쳐 항생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사전 승인 등 절차가 복잡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막아놨던 것은 풀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도 공감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비급여는 사실 보험으로 커버돼야 한다. 보험료를 더 내더라도 급여율을 현재의 62%에서 8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이고, 의료소비자나 국민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해 줘야 할 문제다. 의료에 있어서 환자의 선택권을 가장 크게 제한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실 경제적 요인 아닌가.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왕준_ 지난 7월부터 6개월에 걸쳐 환자의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주제로 토론하며, 이 문제를 의료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환자의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말을 화두로 삼은 이유는 ‘의사와 환자’라는 보다 본질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포함해 해결해야 할 영역과,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보다 제도적이고 경제학적인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이 층위가 다르면서도 합쳐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모두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합의된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세 가지의 공동의 가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본다. 첫째가 환자의 선택권 확대이고, 둘째는 의료의 공공적 역할 확대이며, 셋째는 재정의 안정성 및 지속성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앞으로 의료계 내부와 주변 언저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이루어질 때 새로운 개혁의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민한 주제라서 평소에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포함하여,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쟁점들을 정부, 의료계, 학계, 법조계,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면서, 큰 틀에서 논쟁이 아니라 공감을 만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번 연쇄 좌담회는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이번에 논의된 여러 쟁점들을 좀 더 발전시켜 이 쟁점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담론 논의 구조로 확대하는 데 노력하겠다. 오늘 참석해준 분들을 포함하여, 그 동안 참여해 준 논자 20여명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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